[서평] 책한입.1
올해 3월 나는 남은 해, 책 20권 읽기를 목표로 세웠었다.
대학을 오고서 자기계발, 대외활동, 알바 등 을 핑계로 어지간히도 책을 멀리했고, 외부보다는 온전히 나, 그리고 내 시간에 집중했던 첫 시간인 24년도 상반기, 내 취향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책을 읽기로 다짐했다.
한 달에 한 권은 너무 정 없으니 딱 맞춰 20권 정도만 읽어도 참 좋겠다 생각했다.
책을 읽기 시작한 후, 교환학생이 결정되고는 잔디 위에 풀썩 누워 책을 읽는 나를 그려보고선 그 모습이 너무 낭만적이라 꼭 가기 전에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놔야겠다는 생각도 했었고, 편안한 환경에서 재밌는 책을 읽기 위해서 혼자서 여러 북카페를 찾아다니며 볕 아래서 책을 읽던 시간들은 꽤나 행복했다.
어느새 출국까지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나는 11권의 책을 읽었다.
이 공간에 적어둔 4권의 책 외에도 7권의 책을 더 읽었는데,
확실히 기록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더 빨리 증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앞으로 읽을 책들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줄이고 공간은 조금씩 채워보고자
긴 서평이 아니더라도 기록용으로 조금씩 적어둬볼까 한다.
먼저, 찐찐찐막 컴활 시험이 끝나고 방학의 첫 책이었던
문미순 작가님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일반 책 태그가 안되서 오디오북으로라도 링크를 넣어둘게요!_!
나는 이런 극 사실주의 책을 읽다보면 가슴이 정말 답답해진다.
너무 깊이 감정이 전이되어서 ..?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기도 하고
또 내가 살고 있는 위치에 대한 고민, 어떠한 책임감이 생기는 이야기라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다른 책을 읽듯이 인물상을 메모하고, 주요한 사건들을 메모하며 읽었는데 뒤로 갈 수록 필요가 없었다. 다른 서평에 모두 언급되어 있듯 너무나 현실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이기 때문에. 관련 학문을 전공하면서도 자세히 알 수 없었던 복지 사각지대 계층의 가장 어두운 생활상을 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명주와 준성이 지나고 있는 겨울의 추움이 너무나 분명하게 공감되고, 상상되었지만
결국 그들이 겨울을 지난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분에 경찰차 소리는 점점 커지고, 아직 준성에겐 너무 큰 빛이 있으며 명주는 아직 엄마의 시신과, 또 다른 엄마와 함께 한다.
명주는 엄마의 치매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고 시신을 묻지도 않은 채 연금을 받아왔으면서 왜 또 다른 엄마와 함께 하는 걸까..?
그 행동이 정말 엄마에게 가진 죄책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에게 가진 죄책감보다 생활고를 견디기가 힘들어서 시신을 모셔두고 연금 부정 수급이라는 행동을 했던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가 남편을 죽이면 살인이라고 부르지만, 다수가 같은 행동을 하면 사회현상이라 부른다 했던가
내가 명주, 준성과 같은 삶이었다면 분명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사회의 어두운 면을 증식시킨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우린 손을 잡아야 해 바다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눈을 맞춰야 해
가끔은 너무 익숙해져버린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백예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사실 책을 읽으며 뜬금없이 나오는 가사에 몰입이 깨지기도 했지만 이 가사에 담긴 것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누구든 항상 상기시켜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에 인용해보았다.
김초엽 작가님의 파견자들
파견자들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후에 읽었던 책..!
400페이지 가량 되어서 빠르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지만 그때그때 조금씩 꺼내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상상력이 좀 많이 필요한 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책을 읽을 때 장면이 잘 그려지지 않는 직관적인 편이라면 조금은 읽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추상적인 걸 구체화하는 좋아하신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다름'과의 공생을 작가님의 방식답게 풀어낸 느낌이라 며칠만에 완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너의 일부가 될 거야. 어떤 기억은 뇌가 아니라 몸에 새겨질 거야. 너는 나를 기억하는 대신 감각할 거야.
이 책을 읽을 사람이라면 이 구절을 잘 기억해두길 바란다.
혹은 책을 다 읽고 나서 꼭 앞부분을 한 번 더 읽어보길 권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작가님은 크게 복선을 복잡하고 여러갈래로 깔아두는 편이 아니지만 문득문득 아..! 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삽입되어 있는 작가의 말도 길진 않았지만 묵직하게 생각할 거리를 또 주는 것 같아 두 번 세 번 읽었다.
단편집에 이어 장편소설도 궁금해서 읽어봤는데 2권을 읽고서는 비교를 못할 것 같다 또 다른 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담백하지만 중독성 있는 것이 김초엽 작가님의 책인 것 같기도 하다.
김초엽 작가님의 지구 끝의 온실
지구 끝의 온실은 2024년의 연말과 25년의 연초에 걸쳐 읽었던 책이다.
파견자들을 읽고서 김초엽 작가님을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추천을 받아 읽게 되었는데, 책을 추천해준 언니가 초반을 조금 견디면 정말 재밌어 질 거라는 말을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SF소설이 그렇듯 초반에 주어지는 정보가 많아서 이해하기 어려울 순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알아가는 것에 대한 재미도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모스바나에 대한 이해가 좀 어려웠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어떤 식물인지, 또 어떤 상징성을 갖고 있는지가 어렴풋이 이해가 됐다.
또, 내 기준에 등장하는 인물이 조금은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것도 후반부로 갈수록 관계가 정리되기도 하고, 각 인물 간의 관계도 꽤나 흥미로워서 재밌었던 듯 하다.
이야기 자체는 후반부로 갈 수록 고조되는 느낌이 있다기 보다는 은은..~하게 하나씩 사실과 관계성을 알게 되는 느낌이었다.
내 취향은 파견자들에 더 가까웠지만 지구 끝의 온실은 뭉클한 무언가의 감정을 주었던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열두 살이든 여든 살이든
이건 그냥 표현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어서 줄 그어뒀던 문장..ㅎ
레이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간단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수 네가 이런 걸 원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했어. 하지만 숲에 심는건 안돼
처음에는 담담하게 지수에 대한 레이첼의 감정을 말하는 문장이라 인상 깊어서 줄을 그어뒀었다.
레이첼이 처음으로 지수에 대한 감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지수가 죄책감을 갖게 되는 시점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보니 아...! 그래서 이런 말을 했구나 하며 깨닫는 점을 주었던 문장이다.
인류는 그간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역사만을 써온 것일까요. 식물인지편향은 동물로서 인간이 가진 오래된 습성입니다. 우리는 동물을 과대평가하고 식물을 과소평가합니다.
이건 기존에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건드리는 문장이라 기억에 남았다.
사실 살아가면서 "식물"에 대해서 생각해 본 건 해봐야 인테리어 때문이었던 것 같다.
환경 문제와 비례한 관심이 커지는 지금 이런 관점으로 생태계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이 문장 때문에 또 다른 식물과 관련된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쩌면 우리는 서로의 내면을 평생 궁금해하기만 하다. 끝나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수와 레이첼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문장...
관계에 있어서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생각하게 해주는, 상기시켜 주는 문장
이 문장을 보고 슬프면서도 세상에 이렇게 오해하고 끝나가는 관게들이 얼마나 많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건 문장이 너무 예뻐서요..서평에 새겨둘 수 밖에 없는 그런 글들
24년엔 총 13권의 책을 읽었다..
누군가에는 정말 적은 수의 책일진 몰라도 성인이 되고서 책과 연을 끊고 살았던 나에게는 ...^_^ 적어도 의미있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어야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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