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장르 :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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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다면 따뜻하지만 사실적인 SF소설의 매력에 누구나 빠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류의 책을 조금은 정의할 수 있었다
나는 인간의 고유한 본성이나 특성을 판타지적으로 엮어내는 소설이 너무 좋다.. 이론적으론 이해하기도 어렵고 설명하지도 못하는 것들이 풀리는 느낌이라 사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소설들은 나한테 더 큰 몰입감을 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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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총 7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있는 단편 소설집이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 수록 김초엽 소설의 매력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2번째 단편 소설이었던 '스펙트럼'의 경우에는 아직 문해력이나 상상력이 부족해서인지 색채감각이 연속적인 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작가의 말을 보고 알았기 때문에 크게 와닿는 부분이 없어 아쉬웠는데 3번째 소설인 '공생 가설'부터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다
3번째 단편, 공생 가설
7살 전의 아이들의 뇌에서만 '그들'의 패턴이 분석되는 것은 유년기 기억 상실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이 기억과 함께 우리를 떠나는 거야
아기들이 뱃속의 기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엄마들이 간혹 아이들에게 "~~이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문 열고 나왔어 닫고 나왔어~?"하면서 물어보는 영상을 한 번 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질문들이 잘 알려지기 전부터 아이들이 어릴 적의 기억 혹은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에 흥미로워 했고, 신기하게 느꼈었다.
물론 이 소설에서는 인간과 다른 생물 간의 공생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듯하지만 나에게는 원래 있었던 부분들을 비현실적인 요소로 풀어내는 과정과 또 현실(사실)과 일정 부분 맞물리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들이 생기는 게 재밌게 느껴졌다.
그리고 유년시절의 특성을 설명하는 표현들이 왠지 모르게 먹먹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단편이었다.
4번째 단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게 아닌가
과학 기술의 발전은 나에게는 '인간성의 종말' 혹은 '개인화의 과정'.. 뭐 이렇게 여겨졌던 때가 꽤나 많았다. 사람을 대하는 전공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가 기술의 발전은 세상을 딱딱하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이런 나에겐 4번째 단편이 가장 감정을 건드리는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 이면에 존재하는 외로움, 분리 혹은 격리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만드는 부분인듯도 하다.
(그 감정을 건드리는 것에 대한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왠지 그랬었다..)
먼 우주에 가족을 두고 정거장에서 긴 시간 체류하고 있던 안나를 보며, 그녀의 행동이 정말 애절하고도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이, 그리고 작가님이 하고자 하는 말에 대한 갈피를 조금은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유한한 인간의 시간과 무한한 우주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함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김초엽 작가님의 이런 표현들이 너무 좋다 ㅜ-ㅠ..
아무런 거부감 없이 SF를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일 것 같기도 하다(상당히 개인적인 잣대..개인적인 취향이겠지요..)
5번째 단편, 감정의 물성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을 주던가요?
물성은 어떻게 사람을 사로잡는가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가님은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의 전환에 대해 자주 생각하신다고 한다.
이 단편을 읽고 나서 다른 각도의 시선을 갖게 된 것 같다. 물욕과 소유욕..같은 단순한 것들에 대해선 추상적으로 생각을 해봤어도, 추상성과 구체성을 비교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읽다보니 나도 정하와 같은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나도 우울이나, 슬픔의 감정을 향유하게 위해 가치를 지불한 적이 꽤나 많았는데, 소비=기쁨과 만족 등 긍정적인 감정만들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글들이 참 좋다💘 ! 내가 생각지도 못한 시선으로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글들이
이후의 6번째 단편 '관내 분실'은 담담하지만 지금껏 없던 방식으로 조금은 이질적인 세계에 있는 엄마와 딸의 애정을 풀어낸 단편이었고, 7번째 단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쉽게 공감하지만 현실의 문제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드는 글이었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김초엽-
진정한 유토피아란 신체적인 결함이 말끔하게 소거된 세상도, 그렇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을 격리해놓은 세상도 아닐지 모른다고. 오히려 장애와 더불어 차별을, 사랑과 더불어 배제를, 완벽함과 더불어 고통을 함께 붙잡고 고민하는 세상일지 모른다고. 어쩌면 폐기해야할 것은 소수자들의 신체적 결함이나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정상성 개념 그자체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인아영(문학평론가)-
꼭 글들을 다 읽고 나서 끝 부분의 평론가님의 글과 작가의 글을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단순하지만 이질적인 이 세계 속에서 한 번 쯤 생각해보면 좋을 부분들을 짚어주시는 느낌이라,
또 김초엽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느낌이라 꼭꼭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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